(ㅆ스압) 지나친 기대 때문에 무너졌다가 다시 재기한 게임 > 게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게임

(ㅆ스압) 지나친 기대 때문에 무너졌다가 다시 재기한 게임

페이지 정보

  • 목록

본문

 

 

싸펑 사태 때문에 생각난 이야기인데,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제목만 봐도 무슨 얘길 하는건지 알거야.

 

19f982f28d736c878b323b2d78f7bd7d07d70c831a2f8b3244fcb1de41d75ae3_product_card_v2_mobile_slider_639.jpg

 

바로 노맨즈 스카이.

 

2013년에 트레일러를 발표할 때부터 싸펑에 결코 뒤지지는 않을 기대와 관심을 받고, 2018년까지 그 기대 (hype)가 극에 달하다가, 막상 발매가 되고 나니 싸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한 게임이지.

 

CmyXY4jWcAAt9J5.jpg

 

싸펑 못지 않게 달콤한 약속들을 수년에 걸쳐서 해댔음.

 

'평생을 걸쳐서 다녀도 다 못 돌아볼 맵 사이즈를 자랑하죠.'

'모든 행성은 유기적인 생태계가 있어요.'

'서로 만날 확률은 굉장히 희박하지만 못 만나는 건 아니에요.'

'광활한 우주 전투도 기대해주세요. ㅎ'

 

하지만 발매 직후 이들이 했던 수많은 약속들은 전부 거짓임이 드러났고, 특히 메인 개발자이자 회사 대표인 숀 머레이 (사진에서 CD 가지고 미소 짓고 있는 사람)은 게임 업계 대표 사기꾼으로서 인터넷상에서 게임 역사상 유래를 볼 수 없을 정도의 욕을 먹었어.

 

nms-next-book-cover.png

 

하지만 게임 소식에 관심이 많은 개붕이라면, 노맨즈 스카이가 이후 많은 양의 무료 dlc 및 패치를 내놓고, 평가가 좋아져서 원래 기대한 것 이상의 퀄리티에 도달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을거야.

 

'하지만 어쩌라고? 이미 버스는 떠나버렸는걸.' 나도 당시 그렇게 생각했고, 노맨즈 스카이는 지금은 재미야 어떻든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되어버렸어. 본판이 개판인데 좋아졌으면 얼마나 좋아졌으려고?

 

게임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품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줌과 동시에, 게임 업계에도 사기꾼은 넘쳐난다는 뼈아픈 사실을 상기시키는 사건이었어.

 

m0GnPx_4.jpg

 

그러다가 발매 2년 후 Internet historian이라는 유튜버 아조씨가 이 팀이 어쩌다가 그해 최고로 기대 받았던 게임을 망쳤는지, 또 무엇을 원동력으로 게임을 계속해서 다듬어서 다시 수작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되돌려놓게 되었는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음.

 

https://www.youtube.com/watch?v=O5BJVO3PDeQ&t=2532s

 

원작 영상은 58분이나 되니까, 나는 여기다가 엑기스만 뽑아보겠음. 굉장히 흥미로운 영상이고, 한글 자막도 있으니 원본을 시청하길 바람.

 

29seanmurray0408a.jpg

 

본래 숀 머레이라는 사람은 대형 게임 회사에서 일하다가, 스스로 게임을 만들고 싶은 비전이 있어서 독립하고 6명의 직원을 둔 작은 회사를 차리게 됨.

 

저축해둔 돈을 쓰고 집까지 팔아버리면서 근근하게 첫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게 은근히 게임이 잘 뽑혀서 회사는 궤도에 오를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숀은 예전부터 생각하던 게임 컨셉을 구체화하는 데에 도전을 하게 됨.

 

'미리 만들어둔 컨텐츠가 아니라 수학적 공식을 통해 컴퓨터가 스스로 우주를 창조하도록 하고, 그 광활한 우주를 플레이어가 마음껏 돌아다니고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그 비전을 바탕으로 숀과 팀원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2013년에 하나의 트레일러를 내놓게 돼.

 

#1. 첫번째 실수: 트레일러

 

 

당시 게임 만드는 경험이 부족했던 숀과 팀원들은 자신들이 구현할 수 있는 게임 요소의 한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바를 담은 트레일러를 공개해버렸어.

 

트레일러는 불행히도 보는이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고, 사람들의 기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되었지. 그 컨셉 트레일러와 사람들의 기대를 눈여겨본 회사가 하나 있었으니...

 

#2. 두 번째 불행: 소니의 초빙

 

203540_44371_1042.jpg

 

 컨셉 트레일러와 사람들의 반응을 유심히 본 소니는 숀의 팀에게 연락을 취해서, 제작을 지원해줌과 동시에 소니가 발매하는 주요 게임으로서 홍보를 해주겠다고 제안을 해.

 

 경제적으로나, 마케팅 측면에서나 절대로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지.

 

  하지만 개발 및 발매 스케줄을 비교적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인디 시절에 비해서, 대기업의 사실상 하청으로 스스로를 전락시킴으로서 매우 경직된 발매 스케줄을 가지게 되어 버림. 게임이 준비가 되지 않아도 연기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생겨버린거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 왜냐하면 대기업의 스폰서를 받아 버렸으니, 본인들의 개발 역량이 달리는 부분을 발견해도 이전에 약속했던 사항을 무를 수가 없게 되어 버렸거든. 투자자들의 진노를 받아버리면 프로젝트 자체가 엎어질 수 있으니 말이지.

 

maxresdefault (2).jpg

 

  홍보 또한 6인 팀에 불과한 인디 게임의 개발 역량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야말로 거품마냥 비대해지기 시작해. 사진은 무려 미국의 대표적인 토크쇼 호스트 중 하나인 스티븐 콜베어가 회사 대표인 숀과 방송을 하는 장면이야. 

 

   대기업을 등에 업은 것은 분명히 도움이 되는 면도 있었겠지만, 제대로 자승자박에 걸린 셈이야.

 

 

 

#3. 세 번째 문제: 인터뷰와 기레기들

 

HollieBennett-SeanMurray.jpg

 

  앞서 말했듯이 숀의 회사는 직원이 겨우 6명 남짓인 회사로 제대로 된 홍보팀이 없었어. 본인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은 개발자, 즉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에 불과했으니, 언론에 말하는 건 대표인 숀이 전담해서 맡게 되었어.

 

  하지만 평소 내성적인 성격인데다가 PR 관련 경험이 전무한 숀은, 계속해서 목표를 수립하고 철폐하는 유동적인 과정에 있는 게임 개발을 논할 때 발매 때 추가될 것이 확실하지 않은 것을 언론에 말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몰랐어.

 

  그리하여 언론도 언론대로 게임에 대한 소식을 이용해먹었지. 숀이 게임에 있을 거라고 확실하지 않은 부분도 과장해서 확정된 것인 양 보도하고, 과연 10명도 안되는 개발자들이 정말로 실현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인지 일말의 고민도 안한 채 게임을 금시대 최고의 기대작으로 끌어올리기 여념이 없었어.

 

#4. 마지막 오판: 가격

 

maxresdefault (3).jpg

 

  소니의 압력이었는지, 개발자들의 결정이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게임은 여느 트리플 A, 즉 대형 게임 제작사의 대표작과 같은 가격인 60달러로 책정되었어. 

 

  이제 게임 구매자에게도 인디 게임이 아닌 금세기 최고의 게임을 기대할 당위성이 생겨버린거지. 참고로 갓 오브 워, 레드 데드 리뎀션 2,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와 같은 대박난 게임들이 같은 가격으로 그 해에 나왔어.

 

 

  그리고 2018년 8월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no-mans-sky.png

 

  앞서 말했듯이 노 맨즈 스카이와 그 개발진들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인터넷 악평을 받게 돼. 게임이 애초에 약속했던 수많은 요소들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었고, 그걸 제외하고도 버그 투성이인데다가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게임이었거든.

 

  하지만 제작진들은 이미 아케팅으로 인해 확보된 엄청난 수의 구매자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뒤였어. 게다가 게임 발매 후 무려 100일동안 트위터를 포함한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끊어버렸지.

 

  사람들은 이미 돈을 벌어버린 회사는 게임은 버려버리고 다른 프로젝트에 착수하거나 돈을 가지고 날라버릴거라고 확신했어.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왔는데 사기를 두 번 못 치겠어?

 

demo_jd2.png

 

  그러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숀과 팀원들은 이미 노 맨즈 스카이를 정상화시키는 작업에 돌입한 후였어.

 

  숀은 직원들 멘탈 관리를 위해 인터넷에 나도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논평을 일체 보지 말라고 지시하고, 대신 본인의 컴퓨터로 피드백이 들어오도록 조정했어.

 

  그리고 게임을 오래 한 사람, 환불한 사람, 잠깐 하고 다시는 손을 안 댄 사람 등 다양한 피드백을 여러 측면으로 분석해서, 게임이 당장 고쳐야 할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잡아 그 결과물만 팀원들에게 전달했어. 덕분에 팀원들은 주어진 일에 전념한 채 게임을 고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었어.

 

다운로드.png

 

  트위터를 포함한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끊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어. 숀이 언론에 나가서 입을 털면 털수록 게임 개발에 있어서 부정적인 환경만 조성될 뿐이었지. 지금 나가서 입을 열면 사과를 해도 털리고, 좋아질거라고 해도 털리고, 뭘 해도 털릴 거기 때문에 아예 아무말도 안 하기로 했어. 과거의 뼈저린 실수에서 배운거지.

 

  그렇게 게임을 정상화하기 시작한지 100일 후, 사람들이 노맨즈 스카이는 버려졌다고 생각할 무렵 업데이트를 하나둘씩 발표하더니...

 

UpdateBookImages_00.png

 

  이렇게 많은 패치, 이렇게 많은 확장팩이 나왔어. 물론 모두 무료로 적용되었지. 심지어 수십기가가 넘는 업그레이드까지 아무런 소문도 없다가 갑자기 발표되기 일쑤였어.

 

geZHxTbXpSCju2t3v5mmusJQOuE5mY3V7TxAY36GsjU.png

 

  숀이 개발 초기부터 했던 수많은 약속들을 정리하고, 그 약속들이 실현되었는지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는 점점 초록색이 늘기 시작했어. 지금 와서는 거의 모든 약속이 실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약속되지 않았던 요소들까지 추가되었지.

 

캡처.PNG

 

  이런 정성이 통했는지 스팀에서의 평가도 점차 좋아져서 '복합적' (스팀에서는 사실상 나쁘다는 것과 다름 없어)에서 '매우 긍정적'까지 퐌골탈태를 하고, 플레이하는 사람 수도 점차 늘어나 오히려 더 큰 돈을 쓸어담기 시작했어.

 

  발매된지 수개월 ~ 수년이 지난 후, 개선된 게임은 웬만한 데 내놔도 꿀리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 뒤늦게 게임 관련 상을 받기 시작할 정도였어.

 

image_from_ios.png

 

  이게 정말로 대단한 점이 뭐냐하면, 회사 및 그 직원에게 있어서 이미 발매하고 큰 돈을 번 게임에는 더 이상 시간과 인력을 투자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거야. 결과물은 어찌 되었건, 부풀려진 마케팅 덕분에 이미 매출은 엄청났거든.

 

  그럼에도 팀은 약속된 게임을 어떻게든 유저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해 수익 구조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시간과 돈을 투자했어. 부족했던 개발 역량을 보충하기 위해 추가적인 개발자도 뽑으면서 말이지.

 

D_JFFQtWwAAqkFd.jpg

 

  그리하여 일개 직원으로 시작하다가, 무명 회사를 차려서 발버둥치고, 큰 꿈을 좇다가 엉겁결에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되다가, 이윽고 게임 역사 최고의 사기꾼으로 몰리고, 결국 명예를 회복하는데 성공한 게임 회사와 그 사장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

 

  2019년에 사장님이 상을 받을 때 그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서 한 말로 글을 마무리 짓는 게 좋을 것 같음.

 

"게임의 팬이었던 밸브 직원 한명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떤 말을 하는지보단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세상에 믿을만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당신의 행동이죠.'"

추천1 비추천0
URL 복사
댓글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93건 8 페이지
  • RSS
게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53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20 1 833
52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20 1 590
51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19 1 1226
50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18 1 714
49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18 1 783
48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18 1 763
47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17 1 633
46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16 1 941
45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14 1 774
44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11 1 1355
43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10 1 1067
42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09 1 793
41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01-09 1 2311
40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12-26 1 840
39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12-23 1 2367
38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12-23 1 2093
37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12-21 1 707
36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12-21 1 930
열람중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12-16 1 811
34 유니신느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12-13 1 1861

검색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YEAH 커뮤니티 / 대표 : 이성재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이성재

Copyright © YE-AH.NE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