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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故변희수 하사가 숙대 입학포기생에게 썼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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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금은 예비역 신분인 육군 하사 변희수입니다. 손편지를 쓰는 것은 육군훈련소에 있을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네요! 막상 펜을 드니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칩니다.

한창 사건이 진행되고 있을 때 A분(한주연)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저는 기사를 통해 알려지기 전 이미 주변 소식을 통해 A의 합격 소식을 알고 있었습니다. 기사를 보니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심정이 들었어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를 향해 쏟아졌던 비난, 악플, 욕설, 조롱, 혐오의 화살들이 A에게도 똑같이 향할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거든요. 여러 가지로 복잡한 심경이었습니다. 내가 커밍아웃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나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더라면 A도 자신이 지망했던 학교를 조용히, 그리고 아무 일 없이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가 들었던 욕설과 비난을 A도 들을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요. 물론 ‘정말로 그랬을까?’라는 사실은 영원히 미지수겠지요.

A님 역시 그간 살아오면서 온갖 내적 갈등에 시달리셨을 것 같아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정체성에 대한 엄청난 혼란, 신께서 제 몸을 만드실 때 실수한 게 아닐까? 아니면 내가 전생에 어떤 잘못을 했길래 나한테 이런 일들이 생긴 것일까,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아파트 옥상을 올려다보며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도 매일 들었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왕 이렇게 태어난 내 몸, 기왕이면 의미 있는 곳에 이 한 몸 희생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 고민 끝에 나의 조국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일을 하자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렇게 군인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군대라는 집단에 속하게 된다면 집단적인 규율 속에서 허튼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중학생 때는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회운동을 하며 지내다가, 빠른 입대를 위해서 지역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마다하고,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부사관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며 입대 과정을 거쳤습니다. 군대는 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자, 내가 고민했던 정체성이 바뀔 수 있는 곳이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군대에서도 제 정체성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도피하고 싶은 마음만 커져갔어요. 도피하려 하면 할수록 제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만 더 커져갔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저는 트랜지션을 결심했고, 다행히 저희 사정을 잘 이해해주셨던 주임원사님, 대대장님, 여단장님, 군단장님의 배려 속에 성별 정정 수술까지 무사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의 사정은… 기사와 매체에서 접하신 대로 흘러가버렸네요.

제가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지기 전날, 그러니까 전역위원회 전날만 하더라도 저는 죽어도 군인으로 죽을 것이고 군도 저의 다짐과 의지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정말 만에 하나 전역 처분이 나더라도 재입대를 하자, 재입대가 안 되면 군무원으로라도 군에 남고 싶다…. 그런데 막상 전역 명령이 떨어지니, 제가 정말 죽어서라도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하냐, 라는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로부터 어느덧 벌써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의 저는 군대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준비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사소청도 진행하였어요. 복직까지 비는 시간 동안은 제가 그동안 군 생활에 전념하느라 소홀했던 다른 공부들을 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복직 이후, 언젠가 시간이 흘러 전역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면 저를 도와주시고 계신 분들처럼 사회 활동가가 되어 제2, 제3의 변희수 또는 A를 지원해주고 싶은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저는 카메라와 영상 다루는 것을 좋아하니까, 영상 매체를 통해서 사회에 차별 문제에 대해 알릴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언젠가 모두 이루어질 것이라 믿어요. 제 꿈도, A님의 꿈도요.

우리 모두 서로 힘내도록 합니다. 죽지 맙시다. 물론 저조차도 이게 매우 어려운 말이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죽기에는 우리 둘 다 너무 어리잖아요? 꼭 살아남아서 이 사회가 바뀌는 것을 같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그렇게 되도록 합시다.
이상으로 편지를 줄일게요.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오늘도 안녕히 계세요.

-예비역 육군 하사 변희수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32862.html#csidx224ab66d108447a8fdf799510543a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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