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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20세기 미국과 베트남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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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11월 11일,

 

미육군 항공대 제51 전투비행단 26비행대대 소속  루돌프 쇼(Rudolph C. Shaw) 중위는 P-51B 머스탱(기체번호 43-25244)을 몰고 동료들과 함께 중국 난닝시의 일본군 시설을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 후 귀환중이었다. 쇼의 기체는 대공포에 피격된 탓인지 연료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는 동료들에게 무전으로 상황을 알렸지만 결국 엔진이 꺼졌고, 정글속으로 추락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쇼가 실종됐다고 적혔다.(USAF MACR 10632)

낙하산 탈출에 성공한 쇼는 정글 한복판에 남겨졌다. 그는 지도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봤지만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아마도 중국 남부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L'Indochine française) 북부 사이라고 생각됐다. 인도차이나는 당시 일본군이 점령한 상태였고, 행정을 담당하던 비시 프랑스 식민정부도 연합군 포로에게 좋은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노이 병원의 프랑스인 의사가 잡혀온 연합군 파일럿들을 고문했다는 기록이 존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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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에 정글을 헤집고 현지인 한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중 일부는 총을 들고 있었고 복장은 평범한 농민이었다

 

쇼는 등짝에 붙은 블러드 칫(blood chit)을 보여주며 자신이 연합군 파일럿이라는 것을 알렸다. 하지만 그들은 글씨를 읽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만 쇼를 정중하게 대우하며 어디론가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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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들은 쇼를 데리고 끝도 없이 이어진 산길을 며칠 동안 걸었다. 쇼는 손짓 발짓 다해가며 도대체 어디로 가는거냐고 물었으나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 가량을 걸었을 무렵, 쇼는 마침내 그들의 대장으로 추정되는 남자를 만났다. 그는 빼빼 마르고 수수한 옷차림에 긴 수염을 가진 노인이었다. 노인은 쇼를 보자마자 유창한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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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시오? 어디서 오셨소?'

 

 

 

 

일주일만에 듣는 모국어에 쇼는 울음을 터뜨리며 그 노인을 꽉 끌어안았다. 마치 고향 집의 아버지가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목소리었다.

쇼는 이곳이 인도차이나 북부이고, 그를 구해준 이들이 베트민(Viet Minh)라는 무장단체라는 설명을 들었다. 노인은 자신이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쇼는 노인에게 자신을 중국 남부에 있는 미군기지까지 데려다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노인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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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베트민들의 도움을 받아 국경을 넘어 미군이 주둔한 쿤밍 비행장까지 갈 수 있었다. 기지에 도착하여 귀환을 보고한 쇼는 곧바로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노인은 미군 장교들을 만나 자신들이 공산주의 계열 무장단체이며, 연합군과 공조하여 베트남에서 일본군을 몰아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허나 미군들은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듣더니 안색이 변하더니 노인과 베트민들을 본체만체 했다. 그리고 쇼의 수속을 순식간에 처리하고선 바로 다음 비행기에 태워 보내버렸다. 쇼는 노인에게 작별인사조차 못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미군은 노인과 베트민 대원들에게 '이제 볼 일 끝났으면 기지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인은 미국인들의 무례한 행동에 화를 내지 않고 그냥 왔던 길을 돌아 터덜터덜 돌아갔다. 그들은 그저 미군들에게 자신들의 말을 들어준 것 자체에 만족하는 것 같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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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수개월이 지나 1945년 중순, 미국은 전략 사무국(OSS) 소속 아르키메데스 패티(Archimedes Patti) 요원을 보내 베트민과 접촉을 시도했다. 그들은 뒤늦게서야 베트민이 우호적 조직이라고 판단했고, 낙하산으로 무기와 무전기를 투하해주었다. 이후 베트민 대원들은 OSS의 게릴라전 교육을 받으며 현지에 추락한 연합군 파일럿을 구조하는 임무와 일본군 기지에 대한 소규모 군사작전을 진행했다. 한번은 노인이 풍토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선 미국에서 의약품을 공수해 보내주어 노인의 생명을 구했다. 두 단체의 협력은 몇개월 지나지 않아 전쟁이 끝나면서 자연스레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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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쇼 중위를 구해준 노인은 훗날 북베트남 민주공화국의 국부가 된 호치민(Ho Chi Minh)이었다.

 

호치민은 일본이 항복한 뒤 다시 돌아온 프랑스 식민정부를 상대로 무력투쟁을 이어갔다. 미국은 프랑스와 동맹이었기 때문에 호치민과 베트민을 적으로 규정했다. 호치민은 여러방법을 통해 백악관에 "우린 당신들과 적인 아닌 친구가 되고 싶다" 친서를 보냈으나, 결국 전부 묵살 당했다고 한다. 호치민은 차선책으로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과 중공에게 지원을 받기 위해 손을 잡았다. 그가 이끈 베트민은 훗날 북베트남 인민공화국의 전신이 됐다.

 

 

OSS에게서 정글 게릴라전 전술을 배운 베트민 대원들은 훗날 1차 인도차이나전쟁, 그리고 더 나아가 베트남전쟁에서 북베트남 장교, 장군으로 활약했다. 미국은 이후 몇십년 동안 자신들이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는 사실을 부정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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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과 베트민에게 구조된 루돌프 쇼는 이후 한국전쟁에도 참전했으며, 고향인 네바다로 돌아가서 평범하게 살았다. 그는 1944년 11월의 일을 절대 잊지 않았고 이때의 일을 일기로 남겼다. (출판은 안했다고 함.) 하지만 이후 반공정서와 베트남 전쟁으로 두 국가의 사이가 극악으로 치달아 그는 이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쿤밍으로 향하던 중 찍은 사진 1장, 호치민이 직접 서명한 빨간색 신분보장 카드와 그가 자신에게 준 편지 한장을 고이 간직했다.

 

이 물건들은 1995년 미국과 베트남의 국교가 재개 됐을 때 다시 세상에 공개됐다. 양측 정부는 이 일화를 들먹이며 우리들의 첫 만남은 매우 신사적이고 인류애가 넘쳤다고 주장했다. 2014년 이 서류들이 소더비 경매에 나오자, 베트남 외교부는 34375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이 서류들을 매입했다.

 

현재 이 서류들은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가 보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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