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북한의 사장님들은 까라는대로 깔까?
본문
초기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중앙집권적 계획체계로 경제를 꾸렸음. 이건 비단 북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가 걸어온 길이기도 함. 근데 중앙집권적 계획체계는 존나 비효율적임. 중앙에서 비누 100개를 만들라고 명령이 내려와서 만들었더니 막상 현장에서는 비누가 아닌 우산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했음. 그럼 이걸 어떻게 해결했냐? 시장적 통제기제의 도입이었음.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그냥 우리 하는 것처럼 지들끼리 알아서 하도록 통제를 풀었다는 거임 ㅇㅇ
그럼 북한 사장님들은 까라는대로 까냐? 초기에는 실제로 그랬음.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풀어짐. 김정은대에 들어서는 그 정도가 심해져서 기업체들보고 알아서 계획짜고 경영하라고 풀어졌음.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런 중앙집권적 계획체계의 해체는 김정은때 들어서 갑자기 생긴게 아니라는거임. 김일성때부터 지금까지 점점 진행되오던 일임. 지금부터 그 과정을 대충 훑어보겠음.
중공업 몰빵의 최후
북한은 한국전쟁 휴전 직후에 개박살난 경제를 재건해야 했음. 김일성은 그 전략으로 중공업 우선 전략을 채택함. 논리는 이럼. 중공업을 발전시키면 경공업과 농업에 쓸 수 있는 생산물이 나옴. 트랙터나 공장에 들어갈 기계같이. 그래서 초기에 중공업에 몰빵하는게 오히려 전체적인 성장속도 측면에서는 효율적이라는거임.
실제로도 그랬음. 초기에는 되게 성공적이었음. 근데 이게 뒤로 가면서 일이 꼬임. 1960년대 중반 김일성은 국방 병진노선을 채택함. 중공업을 가면서도 국방 부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겠다는거임. 취지는 좋았음(북한 입장에서) 1960년대 북한은 내부와 외부에 걸친 양면의 위기에 처함. 김일성은 1956년 8월종파 사건으로 북한에 존재하던 소련계와 연안계를 조지고 북한 정계를 장악함. 그런데 1960년대에 들어와서 김일성의 파벌인 갑산파 내부에서 분열이 발생함. 그래서 또 숙청함. 사실 여기에는 단순한 정치논리 뿐만 아니라 북한의 경제 정책 방향성과도 관련이 있었는데 이거 관련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루겠음. 지금은 그냥 정치적 내분이 있었다. 이정도만 알아가면 될듯.
외부의 경우 이 시기 북한은 지속적인 전쟁위협에 시달리고 있었음(북한 입장에서). 베트남전쟁이 극에 달하고 있었고 남한은 웬 놈들이 정권을 잡더니 경제를 무서운 속도로 성장시키고 있었음.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뒤를 봐주던 중국과 소련이 충돌하기 시작함. 서구 자본주의의 위협은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데 자기 뒤를 봐줄 애들은 내분에 빠진 상황이었음. 한국전쟁을 시작한 새끼가 누군지 생각하면 어이없는 피해망상이지만 하여간에 걔네 생각에는 그랬다는거임.
한국전쟁을 시작한 새끼가 누군지 생각하면 어이없는 피해망상이지만 하여간에 걔네 생각에는 그랬다는거임. 그래서 일단 살기는 살아야되지 않겠음? 경제발전 해놨는데 나라가 망하면 무슨소용임(북한 입장에서) 그래서 국방병진 노선을 채택함.
근데 여기서 일이 꼬임. 왜냐면 상식적으로 국방 분야는 뭘 생산하는 분야가 아님. 전차로 밭을 갈수있는건 아니잖음? 전쟁에서나 쓸모있지 평시에는 그냥 고철이랑 다를게 없음. 그런데 국방병진노선을 하겠다고 중공업에 대한 편파적 투자가 심화되면서 경제 균형이 개박살나버림. 경공업이랑 농업 같은 소비재 생산에 들어갈 자원이 죄다 중공업에 들어가니까 처음에 계획했던 "중공업 먼저 부흥->중공업에서 나온 물건들로 경공업, 농업 살리기" 이 계획이 완전히 틀어진거임.
그리고 이 시기 북한은 더욱 강력한 중앙집권적 계획체계를 구축함. 왜냐면 앞서 말한 60년대에 북한이 내외부적으로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잖음? 이 상황에서 나온게 주체사상임. 주체사상으로 위기를 돌파하려고 했던건데 사실 이거 자체는 성공함. 근데 그 방법이 개빡센 통제라서 문제인거지. 한창 심할때는 어디 공장에서 볼트와 너트 몇개를 만들고 쓸지 이런 것까지 계획했었음.
그래서 한번 시원하게 망함.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의 비효율성은 다들 알테니 굳이 설명 안하겠음. 근데 왜 중공업 과잉투자가 경제 좆망으로 이어지는지 이해가 잘 안될꺼임. Shortage Economy라는 용어가 있음. 헝가리 경제학자 János Kornai가 사회주의 경제권이 망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만든 용어임. 코르나이는 공급의 부족에 초점을 맞춤. 왜 공급이 딸릴까?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럼. 생산성이 유지되려면 노동자들이 일할 맛이 나야됨. 일종의 동기가 필요하다 이거지. 근데 앞서 말한 소련같은 사회주의 경제권은 중공업 위주로 투자를 하다보니 소비재 생산이 좀 딸리는 편임. 있긴 있는데 종류가 많지도 않고 양이 충분하지도 않음. 그러니까 노동자가 일해서 돈을 가지고 있어도 살 소비재가 없는거임. 돈이 있어도 살게 없는데 뭐하러 일하겠음? 그럼 다시 일을 안함. 그러니까 다시 생산력이 떨어지네? 이게 계속 반복되면 결국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거임.
자세히 기억은 안나서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소비재 생산이 없으면 전체 생산력 자체가 박살난다는 점만 기억하면 될듯함. 어쨌거나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북한 경제는 망했음
수습
북한애들이 경제를 이렇게 조져놨지만 그걸 그대로 방치할만큼 병신은 아니었음. 일단 앞에서 말한 그 선택들 자체는 당시의 시각에서 보기에 합리적인 선택이었음(북한 입장에서). 앞서 말한 상태가 계속되면서 북한 애들도 이대로 가다간 다 죽는다는걸 알았고 대응하기 시작함.
앞에서 말한 문제점은 소비재의 부족, 중앙집권통제체제의 비효율성 때문이었음. 해결도 거기서 시작함. 일단 김일성은 1984년 12월 전력 생산의 정상화와 경공업 발전을 강조했음. 이때 김일성도 노동자의 물질적 동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위해서 경공업혁명, 봉사혁명이 실현될 것을 주문했음. 소비재 잘 만들고 서비스 산업 길러라 이런 말임.
그리고 시장적 통제기제가 도입됨. 연합기업소체계가 그거임. 연합기업소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핵심적 공장을 ‘母공장’으로 삼아 업종과 지역별로 유사한 공장들을 주위에 배치하는 대규모 공장단지임. 이 子공장들은 연합기업소 내부에서만큼은 자기들끼리 계약을 위주로 자재조달과 생산을 수행할 수 있었음. 연합기업소 내부에 자원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보면 될듯.
그리고 대외무역에 많이 힘을 썼음. 김일성 본인부터가 대외무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 각 기업들에게 골목식당 솔루션처럼 "대외무역 성공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을 정도였음. 그리고 북한은 70년대부터 도마다 수출입 상사를 가지고 외국과 무역을 하고 있었음. 정무위원회와 부에게도 대외무역이 허용되었고. 그리고 이 정무위원회랑 부 같은 경우에는 무역으로 번 돈으로 자기들이 가진 공장과 기업소에 필요한 것들을 마음대로 사서 쓸 수 있었음.
북한은 이렇게 상황을 수습했음. 근데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쳐옴. 베를린 장벽 붕괴를 시작으로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망해버린거임. 그리고 북한도 따라서 망함. 그래도 북한이 이 기간동안 공업 전반에 시장적 통제기제를 도입하고 경공업과 무역을 다각적으로 활성화 시키는 정책을 실시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함. 김일성 때부터 중앙집권 통제경제에 대한 한계를 체감하고 시장적 요소를 도입하고 있었다는 것임.
김정일 시기 북한의 경제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배급체계는 박살남. 그리고 북한 경제에서 중앙집권적 성격은 더욱 약해짐. 당장 중앙이 힘을 못쓰는데 어떻게 통제하겠음. 체제붕괴의 위기 속에서 김정일은 선군정치로 대응함. 결국 더 강력한 통제임. 이 과정에서 연합기업소체계는 해체됨. 경제위기로 인해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김정일이 보기에 연합기업소는 부패의 온상이었기 때문임. 실제로도 그랬고.
그래도 중요한 것은 통제는 북한의 경제 구조가 처한 문제를 극복하는데 적절한 답은 아니었다는 점임. 북한의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본 원인인 소비재의 부족과 통제경제의 비효율성을 해결해야 했는데 결국 시장적 통제기제를 도입해야 했음. 그래서 고난의 행군군이 끝난 뒤 위기를 극복했다고 판단한 김정일은 연합기업소체계를 재가동함.
대신 재가동된 연합기업소체계는 이전과는 꽤 다른 모습을 보여줬음. 더 많은 시장성과 더 높은 자율성이 부여됨. 일단 독립채산제가 강화됨. 독립채산제는 생산수단은 국가의 소유이지만 그 관리와 이용을 공장이나 기업체에 위임하여 기업활동을 독자적으로 하게 하는 기업관리 방법임. 그냥 우리 기업처럼 알아서 할 수 있게 내버려 둔다는거. 연합기업소 내부의 모든 공장과 기업소가 독립채산제로 운영됨. 그리고 자원분배의 범위도 넓어짐. 이전에는 연합기업소 내부에서만 거래할 수 있었지만 이젠 기업소 외부의 기업과도 거래할 수 있게 되었음.
이 와중에 번수입지표라는게 도입됨. 번수입은 기업소의 생산물 가운데 새로 만들어진 것을 판매해 얻은 화폐수입임. 번수입지표는 2002년 실행되었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북한 당국이 번수입을 통한 국가에 대한 의무 수행을 먼저 명시했다는 점임. 돈 번것 중에서 국가에 먼저 납부하고 남은걸 자기들끼리 알아서 가져가라는 것. 이게 보면 기업의 국가에 대한 의무가 높아졌으니까 기업에게 마냥 안좋은 것처럼 보임. 근데 기업소와 근로자들 입장에서 생산에 대한 물질적 동기가 올라감. 국가가 정한 의무를 얼마나 수행하냐에 따라 자신들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결정되었기 때문임. 그만큼 열심히 일하게 됨.
이 구조 속에서 시장의 느낌이 많이 나지만서도 결국 이익은 사회주의적 원칙(국가에 대한 의무)이 먼저 이루어진 후에 추구되는 구조임. 완전한 시장화와는 다른 느낌임.
김정은 시기 북한의 경제
김정은이 집권한지 2년이 지난 2014년, 북한은 "사회주의기업관리책임제"라는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를 도입함. 이 체계는 시장적 요소가 더욱 확대된 모습을 보임. 일단 기업소의 경영상 독자성이 이전보다 더욱 확대됨. 기업소의 계획과 운영에 대한 권한을 기업소에 줘버림. 결국 니들이 어떻게 물건 만들고 팔지 알아서 정하라는 말임. 이젠 연합기업소에서도 기업에 대해 개입을 안함. 사실상의 연합기업소체계가 해체됨. 그리고 무역의 권한이 대폭 확대됨. 이젠 일반 기업체도 다른 나라의 기업과 무역을 할 수 있음. 자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원료와 자재, 설비같은 것들을 수입해서 쓸 수도 있음.
그런데 무조건 풀기만 한건 아님. 북한은 국가가 설정한 목표를 먼저 수행한 다음에 기업의 목표를 수행하도록 규정했음. 한편으로 기업소당위원회를 만들어서 기업체가 당의 노선과 정책을 달성하도록 관리하게 했음. 결국 기업의 자율성은 증가했지만 온전한 영리추구는 안되는 것임. 사회주의적 목표를 달성한 다음에 이윤을 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니까 ㅇㅇ 이런 부분이 있긴 한데 그래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시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틀림없음. 자립경제 노선을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의 이점을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음.
다만 이런 시장이 도입되면서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그 중 흥미로운 부분이 빈부격차 문제임. 북한판 농민공 문제임. 기업, 농장, 지역별로 경영 자율성이 주어지면서 잘 되는 곳은 잘되고 안되는 곳은 안되고 그러면서 빈부격차 문제가 부상하고 있음. 추가로 시장화에 따라서 빈부격차가 나오고 있기도 하고.
농민공 문제도 이 경우인데, 농민공의 원조는 중국임. 농부들이 농사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자 도시로 가서 노동자로 전직하는 것임. 그런데 이게 북한에서도 관측되는 중임. 북한은 집단농장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농장도 자율성이 주어져서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음. 그래서 토지 사용권을 농민에게 판매해 농장의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함. 근데 이 사용권을 사려면 돈이 있어야됨. 여기서 돈이 있는 농민은 토지 사용권을 구매해 더 큰 수익을 내지만 돈이 없는 농민은 농사를 짓지 못함. 먹고는 살아야 되니까 결국 도시로 가서 빈민으로 전락함.
북한이 이런 새로운 사회적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지켜봐야 할것임.
마치며
결론을 얘기하자면 지금의 북한 당국은 사장님들에게 까라고 안함. 지들이 알아서 하라고 냅두고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식임. 지금의 북한은 이전의 중앙집권 통제경제를 상당 부분 포기했음. 물론 쟤들이라고 다 잘하는건 아님.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나오는 중임. 요즘은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고. 시장과 결탁된 부정부패나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고 함. 근데 그건 쟤들이 알아서 할것임. 우리가 신경쓸 문제는 아니라고 봄.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오늘날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시장화의 바람이 훨씬 예전부터 불어왔다는 점임. 통제의 포기는 북한이 통제경제의 한계를 체감한 70년대~80년대부터 시작된 움직임임. 중간에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다시금 강력한 통제로 돌아가긴 했지만 위기가 끝나자 마자 통제를 풀었음. 시장의 힘을 북한도 알고 있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시장의 힘을 빌리고자 노력하는 중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음. 북한은 지금 초유의 위기를 겪고있음. 대북제재는 계속되고 있고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끝날 기미가 안보임. 덕분에 작년 북한의 무역 규모는 역대 최악으로 쪼그라들었음. 이런 위기 상황을 북한이 어떻게 돌파할지는 잘 모르겠음. 어쩌면 이전에 북한이 해왔던 것처럼 강력한 통제로 돌아갈수도 있을 것임. 다만 시장의 도입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던 일이고, 북한의 경제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임. 그런 점을 고려해볼 때 위기가 끝나면 다시 통제를 포기하지 않을까?라고 추측할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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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은 초기에 중앙통제, 중공업 투자를 중심으로 경제를 키움
2. 근데 망했음. 그래서 80년대부터 시장적 요소를 도입해왔음.
3. 위기 때마다 다시금 통제로 돌아가긴 했지만 지금의 시장화 움젝임은 꽤 옛날부터 시작된 움직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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