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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중세와 판타지, 성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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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귀큰놈들시발 쪽지보내기 마이페이지 아이디로 검색  (123.213) 작성일 21-01-26 23:52 조회 1,63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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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디시에 썼던 내용인데 내용을 더 추가하여 개드립에도 올려본다

 

중세와 판타지 그리고 요새(성/城)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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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소울 로스릭의 높은 벽

 

 

깎아지른 절벽에 세워진 칼처럼 높은 첨탑과 

 

산위에 세워진 함대와같은 장엄한 축조물이 안개속에서 나타나면

 

그 장엄함에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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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미나스티리스

 

 

성은 인공물임에도 자연환경과 무척어울리며 고유의 분위기를 자아낼 뿐더러

 

현실적 요소와 판타지적 요소를 충분히 조화시켜주기 때문에

 

각종 매체의 제작자들은 이부분을 빼놓을 수 없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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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성이 주거의 기능과 요새(fortress)기능까지 겸했단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또한 요충지에 알박기를 시도하기위해 발달된 구조물이다보니

 

축성시엔 무조건 지리적 이점을 가져와야 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시선으로 볼때 난공불락의 요새라 함은,

 

흔히 깎아지른 절벽을 끼고있거나, 해안을 끼는등이 일반적이다.  

 

판타지적 요소를 빼더라도 다크소울의 로스릭 성, 반지의제왕의 미나스티리스같은 성의 지리적 요건과 건축외형이 

 

현실에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했을뿐, 

 

우리가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 수 있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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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최후의 요새 크락 데 크발리에

 

사실 십자군이 오기 전부터 고대 중동 지방은 축성술과 요새가 지구상에서 가장 발달한 지역이었다.

 

현실 세계에서 성이라고 하면 중국의 만리장성이 최고인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중국의 성은 두껍고 넓은 대신 낮고 단조롭다.

 

 

판타지 장르에서 사용되는 성의 디자인은 비교적 화려한 독일과 유럽식 건축양식을 따랐다.

 

중동의 성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면 쉽게 와닿지 않겠지만.

 

요새적 기능에 국한하여 볼때, 이 세상 최고의 성들은 고대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방에서 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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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서도 가장 판타지적 성의 요소를 간직한것이 이스라엘군의 성지 마사다 요새다.

 

사진에서는 고대유적의 터만 남았지만 

 

 

천혜의 자연경관을 끼고 축조된 성의 옛터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던 난공불락의 성 그 자체이다.

 

오늘날도 이스라엘군 신병은 훈련 마지막날 살인적인 마사다요새의 모래산에 올라 

 

" 마사다는 다시는 함락되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치는 행사를 가진다.

 

하지만 이스라엘 신병들의 외침에서 알수있듯,

 

 마사다 요새는 한번 함락된 전적이 있다.

 

 

해발 434미터의 마사다는 사면이 거의 수직 절벽이고 정상분은 평평한 분지이며

 

접근로는 계단길 수준의 가파른 샛길 하나뿐이여서 정말 자연이 요새를 지으라고 일부러 만들어놓은게 아닐까 싶을정도였지만

 

놀랍게도 이런 성도 함락 됐다.

 

 

기원후 70년 이스라엘의 독립을 요구하는 열심당 당원과 그들의 가족 천여명이 마사다에 올랐는데,

 

강수가 적은곳이지만 마사다는 거대한 지하수로까지 갖추고있어 식량과 물은 2년을 버틸만큼 풍부했다.

 

그들은 이 요새를 공격하는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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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다 요새의 전경. 오른쪽 하얀모래로 된 경사진 길이 로마군이 공성을 위해 닦여진 인공도로이다.

 

 

하지만 공병술의 대가였던 로마군은 인근 유대인을 징병하여 절벽과 다름없는 70도 경사에 공성로를 건설했다.

 

성안의 열심당원들은 동족을 공격할 수 없어 하루하루 가까워지는 공성로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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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도 경사에 공성로를 건설한 로마군의 집념은 정말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성로의 완성은 공성의 준비단계였을 뿐 이스라엘군이 일단 공격을 시작하면 로마군은 당연히 큰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로마군은 공격에 병사대신 기계를 앞세웠다.

 

공성로가 완성되자 로마군은 로마군의 자랑인 공성탑을 가져온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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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공성전

 

거대한 망루 모양으로 생긴 공성탑은 상부에 강철과 청동으로 된 파성추를 장착했고

 

이 파성추가 성에 돌진해 성벽과 문을 파괴한다.

 

망루는 여러층으로 제작돼 층마다 훈련된 궁수와 노포를 배치했고, 층마다 계단이 존재해 오르내리기가 쉽고

 

맨위층에는 간이 다리가 존재해 성벽에 걸칠 수 있었다.

 

로마군 보병들은 공성탑이 성벽에 걸치면 궁수와 노포병의 엄호하에 빠르게 계단위로 뛰어올라가 성내부로 침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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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이스라엘군도 열심히 기름을 붓고 불화살을 쏘아댔지만 망루 외벽에 가죽을 대 화공에도 타지 않았다.

 

로마군은 속전속결로 성벽을 뛰어넘어 성벽수비군을 죽여댔다.

 

 

그렇다면 이런 당시의 사기유닛 공성탑의 존재를 이스라엘군은 몰랐던것일까? 아니다.

 

이스라엘군도 공성탑의 존재를 알고있었다. 왜냐면 공성탑은 당시 신무기가 아니였고 

 

수백년 전 고대 이집트때부터 사용됐던 무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공성탑은 평야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이 무겁고 육중한 공성탑을 70도 경사위로 끌어올려 사용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것이다.

 

놀랍게도 당시 로마군은 정확한 계산을 통해 공성탑 사용에 필요한 힘을 산출해냈고, 

 

경사와 탑의 하중을 버틸만한 공성탑을 완성해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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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도 경사에 공성탑을 인력으로만 끌기는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로마군은 밧줄과 도르래를 이용해 뒤에서 잡아당겨 바퀴를 굴리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앞에서 끄는 방식과 달리 뒤에서 밀 수 있었기에 화살공격이 통하지 않아 

 

공성탑을 이동시키는 병력을 무한대로 배치시킬수 있어, 

 

높은 경사와 탑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공격을 감행했다.

 

 

마사다의 축성이후 이 성은 절대 함락불가능이라 여겼던 이스라엘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수밖에 없었고

 

성을 지키던 천여명의 열심당원들은 집단 자살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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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7에어 포트리스(?)

 

성과 요새는 인공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지형을 먼저 본다.

 

영화나 게임, 왕좌의게임같은 소설에 등장하는 성도 항상 기상천외한 위치에 있는데,

 

판타지적 요소를 위해 가미된 이러한 요소들 덕에 성은 더이상 지구상에 존재치 않는곳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 달리 실제 그런 지형에 요새를 건설하는건 불가능하다.

 

기술적한계라기보단 전술적 한계다.

 

구조적, 건축학적으로 발달한 성, 진정으로 강력한 요새는 기술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평지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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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좀아까 올렸던 십자군성 크락 데 슈발리에 라는 성이다.

 

이 성을 마사다성 옆에두고 "어느 성이 더 난공불락일까?" 라는 질문을 한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마사다성의 지형적 유리함을 보고 마사다성이 더 좋은 성이라고 할것이다.

 

 

이 투박한 십자군의 성은 마사다 요새의 함락 1000년후 같은 지역에 축조되었는데,

 

언뜻보면 허술해 보일 수 있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이 십자군의 성은 당시로선 첨단 기술력의 집합체였다.

 

 

오늘날까지 이 성을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로 볼수 있다는 사실자체가 이 성이 얼마나 잘 지어졌는지를 반증하며,

 

현대로선 가장 정석적이고 교과서적인 성이라고 볼수 있다.

 

 

축성의 기본 원리는 크게 세가지다.

 

1. 공격측이 공성작업을 수행하거나 공성구를 댈 수 있는 공간을 주지 않는것.

 

2. 굴곡과 돌출한 탑을 이용해 어느지점에서돈 공격측을 십자포화나 이중삼중의 사선에 놓이게 해야한다.(화망구성)

 

3. 성벽을 여러 겹으로 겹쳐 어느지점이 뚫리더라도 2차,3차 방어선의 구축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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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오브클랜 잘지어진 성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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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성 크락 데 슈발리에도 마사다처럼 사면절벽 위 언덩에 있지만 마사다처럼 깎아지른 절벽에 있는것은 아니였다.

 

굳이 말하자면 평지가 약간 돌출한 구릉에 불과했는데,

 

그렇지만 언덕 상부는 평평한데도 성벽이 비탈에 바짝 붙어있어

 

사람과 공성무기를 갖다 댈 공간을 거의 내주지 않았다.

 

공격측이 공성탑을 대려면 로마군처럼 공성로를 닦아 접근해야하는데, 

 

이러면 마사다와 달리 사방에 배치한 탑과 이중성벽에서 퍼붓는 이중 삼중포화에 갇히게된다.

 

 

이중성벽중 외성보다 내성이 높다는 점

 

이는 수성측에게 아주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첫째로 내성과 외성의 수비병은 모두 공성측에게 사격을 할 수 있고, 외성이 함락되더라도 내성에서 외성을 내려다보며 공격할 수 있다.

 

 

또 외성과 내성사이의 공간이 아주 좁아

 

외성을 함락하고 성내로 진입하는 공격측을 성벽 사이에 가둬놓을 수 있다.

 

즉 고의적으로 병목현상을 일으키게 만드는 구조이고

 

이렇게 좁은 입구를 통과하기 위해 몰린 병사들에게 다시 사격만 하면 되는것이다.

 

 

 

결론적으로 공격측은 적의 사격을 무릎쓰고

 

외성과 내성의 벽을 다 깨부숴 한꺼번에 병력을 집중시킬 집입로를 확보하기전까진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당해야한다.

 

 

크락 데 슈발리에는 1187년 예루살렘이 사라센에게 점령되고, 모든 십자군 요새가 함락된 후에도 꿋꿋하게 버텨냈다.

 

1260년 마멜루크 왕조의 영웅 바이발스 왕이 공격해왔고, 최초로 외성을 함락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끝내 내성을 공략할 방법을 찾지못했고, 결국 십자군 기사단에게 항복을 명령하는 문서를 위조해 보내는 방법으로 성을 굴복시켰다.

 

어떠한 공격자도 단순 물리력으로는 크락 데 슈발리에 성을 돌파하지는 못했다.

 

 

판타지에서 나오는 성들이 모두 좋은 성이 아니라고는 못하지만

 

현실의 사례를 볼때 저런곳에 짓는것은 의외로 전술적인 선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굳이 기상천외한곳에 지어진 성보다는 요건을 갖춘 평지에 짓는것이 가성비가 좋다라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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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요새(성)은 평지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다.

 

2. 판타지속 성들은 전술적 가치가 부족하다.

 

3. 공성기술과 축성기술은 함께 발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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