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잡은 돼지고기는 더 깨끗하다? 정육각 초신선육 논란 > 읽을거리/사건사고

• 목록
• 게시판 리스트 옵션

​

​

일단 정육각이 뭐하는 회사인가하면

​

​

작년 유퀴즈 온더 블록에 나와서

카이스트 출신 젊은 정육점 사장으로 유명세를 탄적이 있는

그 대표라고 하면 아마 아는 사람이 많을 거다

​

2017년 개업해서 온라인으로 소비자에게 고기를 직매하는

일종의 온라인 정육점 사업을 하는 업체인데

​

​

출처: 정육각 홈페이지

카이스트출신이라고 돼지가 더 맛있어지는건 아니니

이 회사가 다른회사보다 눈에 띄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바로 신선함

돼지고기 삼겹살을 주력으로 이른바 '초신선' 정육을 표방한다

​

​

출처: 정육각 홈페이지

​

여기서 초신선이라 함은 말그대로 갓잡은 고기

도축하고 1-4일이내 고기가 더 맛이좋으니

최대한 빠르게 도축된 고기를 공급한다는 것

본인의 경험과 전공을 살려 유통구조 혁신을 이룬덕에 가능하다고

​

그런데 여기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될것이다

활어회도 아니고 도축한지 얼마 안된 육고기가 맛이 더 좋다고?

​

출처: 이마트

식품업계, 정육업계 관계자들의 오랜 연구결과

육회를 제외한 육류 취급법의 정석은

냉장숙성을 통한 연육과 풍미 증진으로 완전히 굳어진지가 오래인데

이런 추세에 완전히 역행하는 마케팅이다

​

대표 본인과 정육각 측은 회사 컨셉인 만큼

아무튼 갓잡은 고기가 맛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

​

맛에 대한 의문은 남지만 소비자들에게 어필은 제대로 된건지

매출액이 200억을 찍으며 나름 승승장구 한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분이 언짢아진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

​

​

정육각 홈페이지

도축되고 시간 지난 고기가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이유는

기존 축산업계의 관행과 비효율 때문이고

자신들은 그걸 타파한 혁신가로 포장

​

​

신선하고 냄새없는 고기를 파는 혁신가

vs

박테리아 투성이 오래된 잡내나는 고기파는 적폐

​

이런 구도를 형성했으니

기존 축산업 종사자들 기분이 좋을리가 없는 상황

​

숙성육을 연구하던 기존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기가막힐 노릇이지만

초신선육 vs 숙성육 맛평가는 주관적 영역이기도 하고

괜히 따지다가 잘나가는 카이스트 수재 질투한다는 소리 들을까봐

최근까지는 큰 잡음없이 흘러오던 와중이었는데

​

며칠전 드디어 선을 넘고 사람 폭발하게 만든

마케팅 무리수가 등장

​

​

정육각 공식 인스타에 올라온 홍보영상

​

같은 삼겹살을 구웠는데

자기들 삼겹살 구운 기름은 깨끗하고

일반 삼겹살 구운 기름은 더럽다는

어그로 충만한 비교영상

어이없는 실험내용도 내용이지만

​

'여태까지 이런 기름을 먹었단 말이야!?'

​

이 한줄이 기폭제가 됐는지

더는 못참겠다고 폭발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

​

사실 전문가를 떠나서 고기 조금만 아는 사람이 봐도

이게 얼마나 엉터리 실험인지 바로 알 수 있다

​

어려운 조작도 필요없고 화력만 조금 올려도

기름 태워서 검게하는건 일도 아닌데

기름 색깔을 결정하는 각종 변인을 깡그리 무시하고

신선 = 깨끗이라는 1차원적인 인식을 때려박으려는 억지광고

​

출처: imbc

과거 기적의 피라밋파워, 수소수, 게르마늄 팔찌 같은

유사과학 제품 홍보용으로나 쓸법한 시장교란용 저질 마케팅이니

일반인들도 어이가 없는게 당연하지만

​

더 큰 문제는 정육각이 이번에 화나게 한 사람들이

축산과 마케팅쪽의 전문가중의 전문가들이라는 점

​

논란이 되자 부랴부랴 영상은 내렸지만

이미 폭발해버린건 어쩔 수가 없음

​

출처: 유튜브 고든성기

출처: 유튜브 고든성기

모 축산업체 대표의

정육각의 어이없는 비교실험을 조롱하는 영상 제작으로 시작해서

​

​

출처: 페이스북 김영준

마케터들 사이에선 가짜정보와 동업자 비난을 이용한

저질 공포 마케팅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들이 우수수 올라오고

​

출처: 정육각 홈페이지

출처: 축산물품질평가원 재미있는 축산물 이야기

​

​

축산업계 종사자들에 관련 대학교수들까지 나서서

그간 정육각이 초신선 삽겹살의 우월함을 설명하는 근거로 사용한

'재미있는 축산물이야기'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

도축 5일이내 고기가 맛있다는 근거 자체가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엉터리 인용임을 밝혀내

아예 초신선 마케팅의 근본부터 박살내고있다

​

사후강직도 제대로 안풀린 미숙성고기를

초신선육이라는 용어로 포장해 판다는

속으로만 담아두고 있던 비판까지 이번 기회에 전부 쏟아내는중

​

​

네이버뉴스

​

아직까지 그렇게 크게 화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슬슬 언론기사도 올라오면서 일이 커지기 직전 상황

​

​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정육각 측의 생각이 너무 짧았다는데는

의의를 제기할 사람들이 별로 없을 듯 한데

​

​

정육각 재무현황, 출처: 사람인

그 이면엔 누적되는 적자로 인한 초조함이

저런 형태로 표출된게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고

​

​

출처: 정육각 홈페이지

초신선육이라는 마케팅의 한계때문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초신선육은 숙성육보다 우월하다는걸 어필할 마케팅 포인트가 부족

​

과학적으로 충분히 연구되어 원리가 밝혀지고

대중적으로 맛있다고 인식된 숙성육과 다르게

초신선육은 아무튼 신선하니 맛있다에 그치니

어떻게든 어필해보려다가 저런 무리수가 나왔다는 것

​

마케팅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타이밍이 아닌가 싶음

​

채널A

이해할 수 없는 기준으로 착한 먹거리 나쁜 먹거리로

편가르기하던 이영돈 PD의 프로그램이

지금 어떤 취급을 받고있는지 생각해보면

나중에 결과가 어떨지는 자명하다

​

​

만약 이게 뒷감당까지 다 계산해서 인지도 높이려는

고도의 노이즈마케팅이었다면 아주 대성공

적어도 나는 완벽하게 걸려들었다

정육각이 정확히 뭐하는 회사고 어떤 세일즈포인트를 잡았는지

이번 기회에 겨우 알게됐으니까

​

다만 제발 이번 한번으로 끝내줬으면 하는 바람뿐

​

​

​

​

아무튼 대충 할말 다했고 삼겹살 얘기만 하다보니

삼겹살 먹고 싶어져서 이만 접습니다

​

​

​

​

참고로 저는 멕시코산 싸구려 삼겹도 맛있게 잘먹습니다

캐나다산 보리먹인 돼지 제일 많이 사먹어요

 

 

 

추천1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