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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읽을거리] 일제강점기 인천 미군포로 탈출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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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경성 시내를 행진하는 영국군 포로들, 당대 증언과 기록에는 이렇게 연합군 포로들을 조선 민중들에게 간간히 보여주었다고 함.)

 

 

 

2차대전기,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도 수용소를 지어 미,영연방 연합군 포로들을 수용했다. 수용소들의 위치는 서울과 인천, 함흥 등 각 도의 대도시들에 지어졌는데, 이는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백인 포로들을 보여주어 대일본제국의 승리를 선전하는 정치적 목적을 노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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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포로수용소는 조선내 수용소들중 제일 큰 규모였다. 위치는 현 인천여상 인근이었으며, 인천항 바로 앞이기도 했다. 연합군이 아군이 수용된 포로수용소를 폭격하진 않을테니 이점을 이용해 전략 기간시설인 인천항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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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 라이프지 기자가 촬영한 인천 포로수용소의 내부.)

 

하지만 제네바 협정을 준수하지 않던 일본군의 포로수용소의 사정을 매우 열악했다. 가건물로 지어진 포로수용소 내부는 매우 협소했으며  낯선 인천까지 끌려 온 그는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었는데, 중노동이나 간수들의 학대 못지않게 고통스러웠던 것은 바로 배고픔이었다. 회고에 따르면 된장에 무말랭이를 넣고 끓인 멀건 죽만 먹어서 영양실조로 죽은 포로들이 상당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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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초기였던 1942년, 필리핀 전투에서 일본군의 포로가 된 미육군 장교 체스터.L.존슨(Chester L. Johnson)은 대만, 큐슈를 걸쳐 인천에 있는 연합군 포로수용소로 이감됐다. 당시 초급 장교였던 존슨은 1942년 필리핀 전투에서 포로가 되어 악명 높은 '바탄 죽음의 행진'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런 그도중노동과 비인간적 대우를 견디다 못한  1945년 7월 말, 노역을 나간 도중 동료 3명과 탈출을 감행하였다. 탈출하다 체포된 포로들은 즉결 처형이었지만 이들은 목숨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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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인천 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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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은 인천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했고 갈 곳도 없었다. 무조건 앞만 보고 도망쳐 향한 곳은 시내 방향인 신포동이었는데, 지금은 쇠락하였지만 1990년대 초까지 인천의 번화가였던 지역이다. 그들은 몸을 숨기기 위해 다짜고짜 가장 가까이 있던 나리킨(成金)이라는 요정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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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들이닥친 초췌한 몰골의 서양인들과 처음 마주한 사람은 한국인 종업원이었던 김진원(金鎭元) 씨였다. 1940년대 조선에 체류하던 서양인이라고는 극소수의 선교사, 혹은 망명 러시아인들이 전부였으므로 이들을의 출현은 매우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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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 요코하마 포로수용소에서 촬영된 미군 포로들의 모습.)

 

김 씨는 뼈만 남은 서양인들이 대뜸 들어와 바디랭귀지로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을 보고선, 부엌에 몸을 숨기도록 한 후 따뜻한 음식을 내주었다. 이는 도주한 포로를 발견할 시에 돕지 말고 즉시 신고하라는 총독부의 포고를 정면으로 거역하는 행동이기도 했다. 김씨는 그걸 알면서도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였던 것이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은 포로들은 시간이 지나자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려 감사의 인사를 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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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자유도 잠시였고 존슨일행은 곧바로 일대를 수색하던 일본 헌병대에 체포되어 다시 포로수용소로 끌려가고 말았다. 김씨 또한 경찰서로 끌려가 일본경찰들에게 모진 고문을 당하였다.

 

존슨은 탈출 죄로 처형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그의 편이었는지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무조건 항복하면서 종이 한장 차이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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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중순, 미군 정찰기를 향해 국기 계양대에 성조기를 내건 인천포로수용소의 미군들.)

 

그 후 9월 인천에 입항한 미 24군단에 의해 존슨을 포함한 미군포로들은 수용소에서 해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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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포로 생활 동안 겪었던 유일한 환대를 너무나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존슨은 20년 만에 한국에 부임하게 되자 곧바로 은인을 찾아 나선 것이었다. 1965년 9월, 장군이 되어 주한미군 7사단의 신임 지휘관으로 부임한 존슨은 대강의 인수인계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지프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그리고 너무 짧게 만났고, 말도 통하지 않아서 이름도 묻지 못했던 은인을 찾기 위해 수용소 근처에 항구가 있었다는 오래된 기억 하나만으로 인천항(현재 1부두) 맞은편 부근을 샅샅이 뒤지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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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그는 화선장(花仙莊)이라는 간판이 달린 식당 앞에서 지프를 세웠다. 무언가 익숙한 느낌을 받은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잠시 건물을 바라보다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수십년 전 자신을 숨겨주었던 김 씨가 그대로 일하고 있었다.

 

김 씨를 보는 순간 그 때 그 인물임을 직감적으로 느낀 존슨은 갑자기 몸을 들썩일 정도로 오열하였다. 현역 미군 사단장은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체면도 신경쓰지 않고 식당 주인의 손을 놓지 않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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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김 씨는 포로를 도와줬다는 죄목으로 끌려가 고초를 겪다가 한 달 후 해방이 되어 풀려났는데, 이후 돈을 모아 과거 자신이 일했던 식당 나리킨을 인수하여 화선장(花仙莊)으로 이름을 바꾸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화선장은 50-60년대 당시 인천에서 잘 알려진 일식-경양식 레스토랑이었다.

 

존슨과 동료들이 밥을 얻어 먹었던 식당 부엌에는 존슨 키친(johnson kitchen)이라는 사인이 걸려있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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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존슨 장군은 은혜를 갚기 위해 제 7 사단장으로 재임한 11개월 동안 동두천 일대에 20여개의 교실을 지어주고, 다리를 건설하고, 농가에 토끼와 돼지를 기증하고, 미국의 신식 농경기술을 전파하는 등, 짦은 시간동안 정말 많은 대민봉사를 펼쳤다. 이후 존슨 장군은 중남미 전역 사령관으로 있다가 1973년에 퇴역하여 1997년 샌안토니오에서 눈을 감았다.

 

존슨을 도와준 김 씨는 계속 화선장을 운영하다 1970년에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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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장은 이후 김씨의 부인이 이어받아 90년대 초까지 영업하였고,  현재도 신포 시장 내에는 그 시절의 건물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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