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뜬금 없이 쓰는 내가 목욕탕 안가게 된 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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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말 하지만 필자는 글 쓰는 재주가 없으므로 재미없다 싶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길 바란다.
때는 바야흐로 5~6년 전 필자가 고2인가 고3 방학 때 있었던 일이다.
어느 무더운 여름 날. 필자의 집은 에어컨 따윈 없었고, 살인적인 더위를 오직 선풍기만으로
버텨야 하던 날. 결국 필자는 쪄죽을 것만 같은 날씨에 버티지 못하고,
마른 멸치 같은 몸에서 멸치 우린 국물을 줄줄 흘리며 더위에 죽어가던 중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뒤질 것만 같다라는 생각에 이 더위를 물리칠 아주 멋진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게 뭐냐고? 바로 이열치열. 열로써 열을 다스린다. 예로부터 무더운 여름을 나던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아주 엘레강트한 방법이었다.
상상해 보라 뜨~끈한 물에 들어가 지친 몸을 달래고 겸사겸사 사우나와 찬물도 왔다 갔다 해주고
그렇게 다 씻고 나온 후 마시는 바나나 우유 한잔. 상상만으로도 시원하지 않은가?
뜨끈한 국밥 한그릇이 우리에게 든든함을 준다면 뜨끈한 물로 하는
목욕은 우리에게 행복을 전해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여 필자는 당장 목욕탕으로 달려가 두시간 정도를 알차고 즐겁게 보낼 생각에
더위로 인해 축 쳐진 부랄을 미친듯이 흔들며 달려가 이윽고 목욕탕에 도착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도착한 목욕탕. 나는 마치 빛과 같은 속도로 탈의를 마친 후 욕실로 달려갔다.
허나 하늘은 나를 정말로 싫어함인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 아주 얄궂게도 운명은 나에게 "똥"을 선사했다.
정말 문자 그대로 "똥"그 자체를 말이다. 이것이 왠 말인가? 목욕탕에 갔는데 "똥"이라니? 일의 전말은 이렇다.
탈로스님 맙소사.. 얼큰하게 술에 취해 목욕탕에 온 손놈 중 한 새끼가 욕조에 "똥"을 싸지른 것이다.
상상이 되는가? 남들이 다 들어가는 욕탕에서 "똥"을 싸지른다는 정신나간 행위가 말이다.
나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나보다 먼저 들어와 목욕을 즐기려던 어르신들은 한참 물을 퍼내고
똥을 치우던 중이었으며,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힌 필자는 "오늘 목욕은 글렀네."라며 사우나로 향했다.
아마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이라면 생각할 것이다. "여기까지라면 목욕탕 싫어할 이유 없지 않아?"라고 말이다.
맞다. 독자들의 생각이 맞다. 내가, 필자가 목욕탕 사우나에 들어가서 똥을 밟기 전까진!
욕탕에 똥을 싸질렀던 이 미-친놈은 욕탕에만 똥을 싸지른게 아니라 사우나에마저 똥을 싸지른 것이었다.
아무리 필자가 당시 채 이십년을 살지 못한 애송이었다지만 그래도 왠만한 일은 많이 겪어 보았다고 자부해왔다.
계곡에서 익사할 뻔한 경험, 차에 치여본 경험, 늑골이 부러지고 안와골이 함몰된 경험, 폐렴으로 죽을 뻔 했던 경험 등.
심지어 중학생 때 추운 겨울 날 등교하다가 새똥에 맞아 학교에서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로 머리를 감았던 경험마저 있었지만
단여코 사람의 똥은 밟아본적이 없었다. 그것도 맨 발로 말이다. 심지어 초등 학생 때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달리다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아 덩치 큰 개가 더럽게 푸짐하게 싸놓은 똥마저도 밟아본 경험이 있었지만, 맨 발로 사람의 똥을 밟아 본 것은 그게 처음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똥을 밟아본 기분"을 아는가? 내 장담하는데 그 어떤 똥 보다도 사람의 똥이 제일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토대로 내가 얻어낸 결과는 사람의 똥이나 짐승의 똥을 밟을 때 물컹거리는 느낌은 비슷하다였다.
알고 싶지 않았다고? 필자도 별로 알고 싶은 사실은 아니였다. 허나 어쩌겠는가? ㅈ같은건 공유해야지 ㅋㅋ
지금도 하는 생각이지만 아마 이 때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서 발을 씻어본 날이었을거다.
정말 태어나서 이렇게 미친듯이 씻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필자는 본인의 발을 씻었다. 문자 그대로 정말 미친듯이 씻었다.
30분 가량을 씻었을까? 발에 뭍었던 미-친놈의 갈색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나의 마음에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생겼다.
마치 자신에게 새겨진 지워지지 않는 낙인과도 같이 말이다. 아마 이 일은 필자가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이 날 이후 필자는 목욕탕에 가본적이 없고, 아직도 집에서만 매일 샤워하며 지내는 중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조심하길 바란다. 세상에는 미-친놈들이 많으며, 목욕탕에서 똥을 싸지르는 놈들이 있다는 걸.
그리고 그 미-친놈들의 똥을 밟는게 당신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늘 경계하라. 미-친놈은 그대들 주변에 있으니...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에 나오는 때안미러단의 기분을 알것만 같았던 그 날. 내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그 날을 그리며
이만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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