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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서양단편] 줄리아는 자신이 영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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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는 자신이 영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느 영특한 아이들이 그렇듯, 자신의 부모가 전지전능하고 모르는 게 없는 인물이 아님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처음으로 이 사실을 깨우치게 된 계기는 줄리아가 겁을 먹었을 때였다.

 

침대 밑인지 옷장 속인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줄리아는 울면서 엄마 아빠를 외치며 복도로 뛰어 나왔다.

 

 

 

"무슨 일이니 우리 애기?"

 

"저 귀-귀신 소리를 들었어요."

 

 

 

줄리아는 가까스로 숨을 넘기며 말했다.

 

부모님께서 자신을 안심시키거나, 눈을 굴린다거나, 짜증을 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곧장 침대에서 튀어나와 줄리아의 방으로 달려갔다.

 

침대 밑도 확인하고 옷장도 샅샅이 뒤지고 창문이 제대로 잠겼는지도 확인했다.

 

여기저기 들쑤셔보고 꼼꼼하게 방 안을 수색했다.

 

줄리아는 재빠르게 눈치챘다.

 

부모님께서 자신의 공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자신이 보호받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주려고 일부러 저런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어떤 책에서 읽었으리라.

 

줄리아는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알게 됐다.

 

그 날 이후로 부모님을 깨우는 일을 매일 밤 벌였다.

 

줄리아가 소리를 지르며 울면 부모님은 줄리아의 방으로 부리나케 뛰어왔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애써 눈물로 감췄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부모님은 불평하지 않았다.

 

어느 날 밤 아빠가 조명 장치에 귀신이 있나없나 살펴보려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자 줄리아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웃기니?"

 

아빠가 목언저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아빠요."

 

줄리아가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빤 항상 제 말을 믿으니까요."

 

 

 

아빠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엄마만 쳐다볼 뿐이었다.

 

 

 

"한 번.딱 한 번. 우리는 네 오빠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았었단다."

 

아빠가 조용히 대답했다.

 

 

 

외동딸인 줄리아는 그 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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